참여연대 논평

새해벽두부터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행사로 빚어진 물리적 충돌은 수십 명의 야당 의원, 당직자와 국회 경위, 방호원들을 다치게 했을 뿐 아니라, 새해를 맞는 국민들에게도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성명에서 8일까지는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야 간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직권상정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쳐 이후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누가 이처럼 극단적인 대치와 파행의 국회를 만들었는가? 1차 원인제공자는 의회의 권위를 무시하고, 월권을 행한 청와대이다. 또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다고 국회의장을 비난하고, 야당 의원들이 농성하는 본회의장에 단전럽秉嗤?해서라도 법안을 강행처리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부 생각 없는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국회는 지난 4일 국회의장의 ‘회기 내 직권상정 철회’ 성명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가합의했다는 합의안의 내용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지난 1일 여야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비준동의안을 협의처리하고, 미디어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 법안, 13개 사회개혁 법안들을 합의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쟁점이 되는 법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국민의 요구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12월 중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한미FTA 비준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하는 여론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신문, 방송법에 대해서도 60% 가까운 국민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법안은 시한에 쫓겨서 처리할 일이 아니라 충분한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치는 것이 우선이다.

연말 국회 상황을 놓고 일부 언론들은 여야 강경파들로 인해 국회 내에서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 상황을 단순히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여야 모두가 잘못이라는 식의 양비론은 정작 법안이 안고 있는 내용과 문제점을 사장시키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여야가 지금 대화하고 토론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협상만으로 중요한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은 갈등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에서 다시 대화에 나설 한나라 당과 민주당 모두 명심해야 할 협상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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