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약물상식] 당뇨병약

약물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면 치료에 도움을 주지만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평소 질환별 약물 복용 방법, 약물 유해반응, 약과 음식의 궁합 등을 잘 숙지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정책포털은 ‘생활속 약물상식’을 통해 올바른 약물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우리가 먹은 음식을 사용하는 몸의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당뇨병’이라 부른다.

정상의 경우 우리가 먹은 음식은 체내에서 당으로 변한다. 당은 연료처럼 태워져 체내 세포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해주는데 당이 세포까지 도달하려면 반드시 인슐린(insulin)이 있어야 한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세포를 열어 당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하는 열쇠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당뇨병은 췌장이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거나 만들어진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혈당 및 대사장애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공복 시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무작위로 혈당 측정 시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한다.(1997 미국 당뇨병학회 기준)

당뇨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부모·형제가 당뇨병인 경우 △고혈압·비만인 경우 △임신 중 당뇨병에 걸린 적이 있거나 과체중 신생아를 출산한 경우 △45세 이상인 경우 발병 확률이 높다. 이중 한 가지 이상 해당사항이 있으면 당뇨 여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당뇨는 크게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두 가지로 나뉜다.

1형 당뇨는 보통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나타나며 자체 인슐린 생성 능력이 없어 매일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성인 당뇨환자 10명 중 9명이 앓고 있는 2형 당뇨는 인슐린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제 역할을 못해 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다. 2형 당뇨병 환자는 본인이 당뇨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식이요법·규칙적 운동 등으로 상태 호전 가능

당뇨병 환자는 특히 식이요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 칼로리를, 편식 없이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설탕·꿀·잼 등 쉽고 빠르게 혈당을 높이는 음식 △청량음료 △술 △버터 등 지방군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대신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와 현미, 콩, 잡곡 등 곡물류, 버섯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외식을 할 땐 한정식이나 비빔밥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이 고루 들어갈 수 있는 식단을 선택한다. 커피나 차에는 설탕을 넣지 않는 습관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병원 방문, 30분 내외의 운동도 필수다. 운동은 식후 1~2시간 뒤, 인슐린 주사 후 최소 1시간 뒤에 하는 것이 좋다. 찬 공기가 갑자기 피부에 닿으면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가므로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는 당뇨병 환자에겐 새벽운동, 특히 겨울철 새벽운동은 치명적일 수 있다. 또 300mg/dL 이상 고혈당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당대사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 때는 휴식을 취한다.

발 관리 철저히…상처 나지 않도록 주의

당뇨 환자에게 ‘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발이 헐거나(궤양) 썩어 들어가서(괴사) 심한 경우 발가락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당뇨병성 족부(발) 질환’이라 한다. 당뇨병을 15년 이상 오래 앓은 환자들이 걸리기 쉽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는 항상 발을 깨끗이 하고, 꽉 끼는 양말이나 신발은 피하며, 발에 티눈이 생기거나 작은 상처가 났을 때도 즉시 병원에 가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내에서도 맨발로 다녀선 안 되며 발톱은 자주 자르되 지나치게 짧게 자르지 말고 일자로 자른다. 또 발이 건조해 피부가 갈라지지 않도록 베이비오일이나 크림 등을 발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하루 4번(세끼 식사 전, 잠자기 전) 규칙적으로 혈당검사를 해 얼마나 많은 인슐린이 필요한지, 음식을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지 점검한다.

저혈당 나타나면 사탕·쥬스 등 즉시 섭취…의식 없을 땐 응급실로

당뇨약은 크게 경구용 제제(먹는 약)와 주사 제제로 나뉜다. 경구 혈당강하제는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거나 탄수화물 분해를 막아 혈당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주사는 몸속에 부족한 인슐린을 보충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인슐린은 종류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다른데 이를 고려해 식사 직전 또는 식사 30분 전에 주사한다. 피하, 근육, 정맥 주사 방법이 있는데 외래환자의 경우 대부분 피하(피부 아래 지방층) 주사를 한다. 정맥이나 근육에 주사하는 주사바늘과 달리 거의 통증이 없다.

피하주사는 관절부위를 피해 신경 및 혈관의 분포가 적고 환자 자신이 투약할 수 있는 복부, 상박(팔의 위쪽 부분 근육), 엉덩이의 피하지방층을 택하는 것이 좋다.<이미지=식품의약품 안전청>
인슐린은 저혈당, 과민반응, 저항성, 부종 등의 약물 유해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저혈당(혈액내 당 농도가 필요량보다 모자라는 상태) 증상이다. 작용시간이 긴 인슐린을 복용한 환자나 노인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두통, 떨림, 심장두근거림, 발한, 창백, 시력저하, 경련, 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의식이 있을 땐 꿀이나 설탕, 오렌지쥬스, 사탕 등을 섭취하고, 의식을 잃었을 땐 곧장 병원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중증 혼수상태의 경우 1unit의 글루카곤을 근육에 주사한 후 포도당 수액을 정맥에 주사한다.

인슐린 분자에 대한 항체 생성으로 가려움, 심한 종기, 부풀어오름 증상 등이 나타나거나 면역반응에 의한 저항성이 의심될 땐 인슐린 종류를 동물인슐린에서 휴먼(human)인슐린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경골 앞, 발목, 허리뼈 아래쪽 척추 부위, 눈 주위 등에 국소 또는 전신부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심장이나 신장이 정상인 경우 5~10일 후 자연히 사라지며 지속될 땐 심장·신장기능 검사가 필요하다.

경구 혈당강하제 종류별로 복용법 달라

경구용 혈당강하제 중 글리클라자이드(Gliclazide), 글리메피리드(Glimepiride), 클로르프로파미드(Chlorpropamide), 글리벤클라미드(Glibenclamide), 글리피지드(Glipizide) 등 ‘술포닐우레아(Sulfonylurea)계’ 약은 식사 30분 전 먹는 것이 좋다.

복용 중 메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등 소화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식사 직후 먹거나 분할 복용한다. 피부발진, 가려움증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멈추고 의사와 상담한다. 특히 이 술포닐우레아계 약물은 태반을 통과해 신생아에게 심각한 저혈당을 유발, 기형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신 여성에게 투약하지 않아야 한다.

 

 

나테글리니드(Nateglinide), 레파글리니드(Repaglinide), 미티글리니드(Mitiglinide) 등 ‘비술포닐우레아(Non-Sulfonylurea)계’ 경구 혈당강하제는 일반적으로 식사 10분전 복용하는 것이 좋고, 장기 복용자가 갑자기 투약을 중지할 경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1~2주에 걸쳐 서서히 감량한 후 끊는다.

메트포민(Metformin) 등 ‘바이구아니드(Biguanide)계’ 약물은 위장장애 및 미각이상이 심하므로 식후 또는 식사 중 복용하고 아카보스(Acarbose), 보글리보스(Voglibose) 등 ‘알파-글루코시데이즈(α-Glucosidase) 저해제’는 음식물 중 탄수화물 분해저해 작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식사 첫 술과 같이 먹는 것이 좋다.

끝으로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 로지글리타존(Rosiglitazone) 등 ‘티아졸리디네디온(Thiazolidinediones)’은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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