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로 초청간담회…“위기 지나간 이후 변화 준비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문화·종교계 인사 등 각계 국가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 최근의 경제 난국 타개를 위한 조언을 들었다.

오찬을 겸해 약 2시간 15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을 강조했으며, 특히 연말 법안 및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연출되고 있는 정치권의 대결 국면에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특히 서민 대책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 아무래도 어려울 때는 서민들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예산만 통과되면 바로 집행해서 시·도지사들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 위기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위기가 지나간 이후 다가올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염두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쉽게 말해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박부자 할머니와 관련,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이 어머니 기일인데 박부자 할머니를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박 할머니가 귀엣말로 ‘다 힘들지만 대통령이 가장 힘들다’면서 나라 걱정을 하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변인이 전한 간담회 주요 발언.


▲김수한 전 국회의장=지난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좌판 노점상인 박부자 할머니가 이 대통령께 ‘힘 내세요’라고 격려한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특히 대통령이 20년 쓰던 머플러까지 벗어주는 걸 보며 눈시울이 뜨거웠다.

과거에 국회에 몸 담았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온 국민이, 온 나라가 국난 극복을 위해서 하나로 힘을 모으고 있는데 국회가 민생은 뒷전으로 한 체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170석이 넘는 안정 과반의석을 갖고도 무기력한 여당에 대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건국이후 60년 동안 온 국민이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는데, 훗날 이런 위기를 극복해서 나라를 다시 반석에 올렸다는 평가를 우리가 모두 들어야 한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김수한 의장 말씀에 공감을 한다. 그러나 긴급 대책이 여러 가지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 앞서서 국민통합, 그리고 포용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국가가 위기라는 공감대, 그리고 국가원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30년 정치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이른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전투적인 대결의 정치, 이건 참 곤란하다는 것을 느꼈다. 진보고 보수고 마찬가지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른바 보수의 산업화의 공을 인정해야 하고, 또 보수 쪽은 경제발전과 함께 민주화와 사회정의의 토대를 이만큼 이뤄낸 진보세력의 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상황이 바뀐 만큼 대통령도 대선 공약이나 지지기반의 여론에 대한 부담을 벗고 국민을 통합시키는 중심에 서주기를 바란다. 이 같은 위기가 작은 갈등을 접고 위기 극복에 단합을 하는 그런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진=청와대

▲박관용 전 국회의장=어떤 통합이냐가 문제이다.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내 결속도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경제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하는 신뢰감과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남덕우 전 총리=과감하게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래서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가 901조원이었는데 부채 비율을 보면 34%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이 77%이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

단기 효과가 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 같은 경우 예산만 있으면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많으니까 중앙과 지방이 협조해야 한다. 또 비상시기에 적용할 수 있는 준칙을 하나 만들어서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규제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이 대통령=지금 450개 규제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이미 제출을 했고 전국 상공회의소에 사람들을 보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조사해 가지고 추진을 하고 있다. 국회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했으면 좋겠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우선 사람들의 공포심(Fear)을 해결해야 하고, 둘째 사람들의 욕구(Greed)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잘될 것이라는 희망(Aspiration)을 줘야 한다. 이를 잘 조합한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필요하고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 과학기술정책 투자를 해야 한다.

▲현승종 전 총리=국민이 여당에 많은 의석을 준 의미를 새겨야 한다. 사학법, 특히 개방형 이사제가 시급히 개정이 돼야 하는데 너무 망각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당내 통합과 거국적 통합에 대통령이 중심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에 성공한 나라이지만 아직도 지금 있는 소외 계층과 취약 계층을 떠안고 가야 한다. 그리고 특히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생활까지는 몰라도 최소한의 생존은 이루어지도록 해야 국민통합에 도움이 된다.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복지의 하한선을 좀 높일 필요가 있다.

▲임권택 감독=지금 영화계가 침체기이다. 이렇게 어려워지면 투자하려고 했던 펀드가 전부 빠져나가서 자생력이 걱정될 정도의 심각한 상태인데, 특히 불법복제 같은 것들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

▲손봉호 전 동국대 총장=말기환자들 돌보는 호스피스법이 없다. 이해단체 반대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그게 시급한 것 같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지난 1930년대 불황 당시 미국의 문화가 오히려 발전했다. 타잔, 미키마우스, 킹콩과 같은 캐릭터가 그때 나왔다. 문화적 요소(factor)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바쁘게 농사지을 때도 두레꾼을 내세워서 꽹과리 치고 북치고 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아니겠나.

▲이홍구 전 총리=지금 역사적인 전환기며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변방에 있었는데 이번 위기에 우리가 중심 무대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외교통일정책도 통상적으로 우리가 매일 하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되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이럴 때일수록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말고 아주 다각적인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통합보다는 화합이 적합하다. 여야를 보면 대부분 중도가 많다. 양 극단에 있는 세력보다는. 그러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중심으로, 이른바 가치문화, 그리고 정서적인 오락들을 함양하기 위해서 이른바 클린콘텐츠 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현재 전 총리=이번 위기는 경기사이클의 순환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구조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국 경제가 세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첫째는 개발연대, 두 번째는 IMF직후 기업구조조정 할 수 있는 찬스가 있었고, 세 번째 디지털 시대인데, 이번이야말로 새로운 구조조정의 기회를 맞았다.

▲윤후정 전 이대총장=우리는 저력있는 민족이다. 신명나면 잘하기 때문에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정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명 전 부총리=공무원들이 잘못 허가해 주면 책임추궁이 두려워서 제대로 안 한다. 일주일에 할 일을 석 달 걸려서 하는데, 총리실에 원스톱 서비스 제도를 즉각 도입해서 인허가에 걸리는 절차 등을 빨리 획기적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좋겠다.

▲김진현 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지금은 복합적 위기다. 어쨌건 녹색성장의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시해 달라.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우리 근대사라는 게 정치경제사기 때문에 사회과학적인 기초지식이 매우 중요한데, 대체로 근대사를 다루는 교사님들이나 이런 분들이 대체로 운동사를 중심으로 가르친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자면 우리가 건국, 그리고 산업화, 이런 정치경제사적인 평가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이른바 교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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