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캐스팅보트 안먹힌다면...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 그리고 당직자들이 지난 5일 저녁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단 회담 이후 집결 연락을 받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유는 민주당이 선진당을 향해 '한나라당 2중대'라는 말로 선진당 심기를 건들였기 때문이란게 표면적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2중대'란 것이 하루이틀 들은 얘기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러느냐"는 것과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말로 팽팽히 맞섰다. 한 당직자는 "이왕 모였으니 선진당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강력파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민주당의 '한나라당 2중대' 발언보다는 오늘 김형오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중재안으로 12일로 잠정 합의시킨데 대해 선진당은 참여하지 않았고, 선진당을 제외한 합의이기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민주당측이 7일 3당원내 대표단 회의 직전까지 사과성명을 내기로 확약하면서 일단은 양당간 한판승부 싸움은 수면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회창 총재의 불편한 심기는 7일 그대로 드러났다.

당5역 회의에서 이 총재는 예산안 처리 시한을 12일로 잠정 합의한 김형오 국회의장과 여야 모두를 향해 유감을 뜻을 그대로 내비쳤다. 당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서다.

이 총재는 "우리당에 전혀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강력 비난했다. 한편으로는 대변인을 내세워 민주당에게 사과를 재차 요구하며 선진당 목소리를 확대해 나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국회의장실에서 처리시한에 합의를 본 것이다.선진당이 그동안 여야 충돌시 중재를 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주가를 높이려고 애쓰던 전략이 이번 사안에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캐스팅보트가 잘 될때는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지만 먹히지 않을때는 양자로부터 동시에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이번이 그런 셈이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그동안 "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사안별로 중재를 해가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협공을 편 꼴이다.

이번 여당과 제1야당의 선진당 배제 합의로 선진당은 궁지에 몰린 셈이됐다. 선진당의 전략이 향후 어떻게 변할 지 자못 궁금하다. 선진당의 역할이 안먹힌다면, 원내 제3당 위상은 한없이 내리막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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