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스템 제대로 굴러간다는 것 보여주는 게 중요”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2일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것을 국내외 투자자에게 보여준다면 300억 달러의 한미 통화스왑 협정 체결 이상으로 중요한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 원장은 이날 내년 경제전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3.3% 잡았다는 것보다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 유동성 경색, 중소건설사 위기 등 리스크를 딛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현 원장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같은 정치 이슈에 얽매여 보다 시급하고 근본적인 금융위기 타개책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다면 문제”라며 “한미 FTA 비준이나 내년 예산안 등 시급한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현 국제경제 상황과 관련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일제히 마이너스인 것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며, 세계 경기 하강의 강도만 봐도 1, 2차 오일쇼크 때와 다를게 없다”면서 “바닥은 앞으로 위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은 더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바닥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구제금융안이 효력을 발휘한다든지 오바마 경제팀과 부시팀이 협조를 보여준다든지 등 새로운 전기가 없으면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1, 2차 오일쇼크 때는 G-20회담을 소집할 만큼 국제 공조 노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국제 공조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만 하다”고 전망했다.

현 원장은 “내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좋지 않더라도 유가와 교역조건이 뒷받침된다면 소비 등 체감면에서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이 잘 버텨준다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 원장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일은, 한마디로 한미FTA를 통째로 발로 걷어차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한다면 전세계가 공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입장에서 7대 교역국인 한국에, 중국·일본·북한 등 관계가 얽혀있는 상태에서 전 정부의 약속을 엎는 것은 보통 리스크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어떤 국제적 격량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한미 FTA를 비준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향후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방향과 관련, 분양가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를 예로 들며 “지금 경제가 좋지 않지만 3년 뒤 경제가 좋아진다고 다시 묶는 제도를 내놓으면 안 된다”며 “생기지 말아야 할 제도가 생기면서 이를 다시 되돌리는 문제를 놓고 정책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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