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세계는 지금] 그린투어리즘의 출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감에 따라 환경 재해에 대한 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경제활동을 탄생시켰고, 각국은 증가하고 있는 국제적인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 고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교토의정서 발효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산업 및 경제활동에서 저탄소 및 녹색성장을 국가정책의 주요방향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세부 시책을 마련 중에 있다.

1987년 UN의 한 보고서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논의된 이후 지구 환경 문제는 각계 각층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관광분야에서도 대중관광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대안관광, 그린투어리즘이란 새로운 관광을 출현시켰다.

세계관광기구(WTO)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관광분야에 적용하여 지속가능한 관광발전(개발)이란 용어로 정립하기 전까지 그린투어리즘은 관광으로 인한 환경비용의 최소화와 환경편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관광형태로 서구사회에서 인식되었다. 비록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린투어리즘을 농촌관광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린투어리즘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관광으로 그 개념의 폭을 넓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관광객, 더워지는 지구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한 관광지와 관광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초강력 열대성저기압과 예측하기 힘든 게릴라성 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관광지와 관광산업이 초토화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관광대상물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광지원시설의 유지관리에도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관광산업은 기본적으로 스모그 발생 산업이 아니다. 소위 굴뚝 없는 산업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소득과 여가시간의 증가로 점점 먼 거리를 이동하려는 관광객의 수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관광부문에서도 환경적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WTO에 의하면 2005년 관광산업은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를 차지하는데, 이 중 75%는 교통에서 발생하였다. 2006년에는 8억 4천만 명의 국제관광객 중 40%가 항공기를 이용했다. 여기에 관광지와 관광시설을 조성하거나 운영하면서 발생되는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한다면 관광산업도 지구온난화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린투어로 새롭게 즐기는 여행

관광분야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그린투어리즘을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그린글로브 환경인증 제도(에코라벨)와 환경친화적 리조트 조성, 슬로시티 운동 등이다.

먼저 그린글로브는 1992년 리오지구정상회의에서 제안된 의제21(Agenda 21)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1994년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에 의해 설립되었다. 관광지, 관광시설 등 대중관광에서 생태관광까지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관광인증마크로써 세계적 환경 자문 기관인 EC3 글로벌(Global)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호텔, 리조트, 여행사, 커뮤니티는 그린글로브 인증마크를 획득하기 위해 재활용품 사용·용수 절약·에너지 절약 등과 같은 환경지표에 대해 그린글로브가 설정한 다양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인증마크를 획득하려 함으로써 자발적으로 관광사업체가 그린투어리즘의 이념을 담은 윤리강령을 준수하게 되는 것이다. 관광사업체나 관련기관은 그린글로브 환경인증과 같은 에코라벨과 탄소배출라벨을 획득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많은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에너지 사용량 절감, 중수조를 이용한 물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 사회 공헌 등 통합적인 환경 및 사회 정책 수행을 인정받아 그린 글로브에서 브론즈 라벨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러한 제도의 시행이 미진하다. 따라서 많은 관광기업이 그린투어리즘으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탄소량 따지는 리조트

호주 퀸즈랜드주의 골드코스트 해안 섬에 있는 ‘코란코브 리조트’는 숲과 해변, 바다를 주요 자연자원으로 하여 46만평의 대지 위에 조성돼 있다. 이 리조트는 숲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고 800대의 자전거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101개의 관광 및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코란코브 리조트는 생태관광을 지향하는 리조트이다. 객실 TV를 켜면 투숙객이 사용한 전기와 물의 양, 리조트 시설에서 발생된 공해물질총량이 지구온실효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로 변환되어 10분마다 표시된다. 쓰레기는 분리수거하며 압착시켜 모두 육지로 반출한다. 음식쓰레기는 탈수 건조 후 지렁이를 이용하여 분해한 뒤 유기비료로 사용한다.

온수용 전기는 태양열로 생산하며, 에어컨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첨단의 통풍설계로 실내 온도가 실외보다 2℃ 가량 낮게 설계하였다. 페인트도 친환경적 성분의 것을 사용하였다. 코란코브 리조트는 이러한 설계로 2001년 호주여행상(Australian Tourism Awards)을 수상하는 등 1998년 9월 개장 이후 지금까지 환경 건축 관광분야 상을 20여개 이상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느림으로 즐기는 삶의 여유… 슬로시티

또다른 대표적 그린투어리즘 유형은 슬로시티운동이다. 슬로시티운동은 자연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그 지역 생산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 지역의 전통문화를 향유하면서 삶의 질을 음미하자는 현대인의 인간다움 회복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현대사회의 상징인 패스트푸드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되었다. 이 마을에는 자판기, 패스트푸드 가게, 백화점, 할인점이 없으며, 주민들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광장의 보도벽돌도 주민들이 그 고장 흙으로 구워 만든다. 내생적 발전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전형적 형태이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외부에 알려져 그 자체가 지속가능한 관광지의 형태를 띤다. 현재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11개국 97개 도시가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되어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증산(신안군), 유치면(장흥군), 창평면(담양군), 청산면(완도군) 등 4개 지역이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치따슬로 코리아네트워크가 설립되어 슬로시티 인증도시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그린투어리즘, 성공열쇠는 관광객들의 동참과 실천

그러나 이같은 그린투어리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이용이 많은 관광시설과 홍보자료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예컨대, 세면과 샤워용으로 사용된 물을 정화하여 변기용의 물로 사용하는 중수조시설이라든가, 태양열을 이용한 리조트시설, 테라스하우스 형태의 리조트와 같은 자연 순응형의 디자인 개념 도입, 지열을 이용한 생태호텔 등의 조성을 고려해볼만하다. 이러한 개념의 시설이 당장 적용되기 어렵다면 연구개발을 통해 시범적인 사업을 해보는 것도 권장할만하다.

관광안내와 홍보를 위한 지도와 팸플릿, 여행안내서 등도 재생종이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재생종이가 사용되었음을 알리는 기호와 문구의 표기도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사항이다. 여행안내서에는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나 환경의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소개되고, 탄소배출량이 관광활동별과 관광목적지별로 표시돼 있으면 그린투어리즘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단일용도의 관광시설보다는 복합용도의 관광시설이 더 친환경적이라 볼 수 있고, 적시적지(適時適地)에 관광객에게 관광정보를 알려주는 친절하고 편리한 정보시스템의 개발과 설치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노력도 대외적인 측면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환경의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데, 그린코리아(Green Korea)란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그린 이벤트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여수해양엑스포,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준비 중에 있다. 이러한 행사들이 친환경으로 열릴 수 있도록 계획·운영함으로써 그린코리아란 이미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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