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사회적, 도덕적 책임 회피한 두산중공업

모든 것 잃고 피폐한 삶 살고 있는 박덕성씨
사라진 120억 공사비, 대선자금 유입 의혹


이번에 밝혀진 두산중공업과 박덕성씨 간의 소송은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이 지켜가야 할 도덕성, 사회적 상식을 기반으로 한 판결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했던 박 씨는 현재 회사를 비롯해 재산과 건강, 가족의 행복까지 모든 것을 잃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재산, 빌릴 수 있었던 자금은 모두 소송에 쏟아 부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보증금도 없는 월세방에서 박 씨가 아내가 아픈 몸을 이끌고 식당에 나가 일하며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작은 꿈과 희망을 갖고 매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던 박 씨는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할 비용도 의욕도 잃은 채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분명히 나는 열심히 맡은 공사를 위해 일했고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일을 해줬으면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 아니냐”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을 믿고 열심히 일했던만큼 가슴속엔 깊은 억울함과 한이 쌓이고 있다.

법 뛰어넘은 대기업의 도덕적 책임 스스로 인정해야

2차에 걸친 소송에서 두산중공업은 하도급 과정에서 건설업계 관행을 활용, 대금 지급을 미루고 다음 공사를 맡기겠다는 말로 회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사대금 지급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으로 일관해 왔다.

복잡한 건설업계의 계약 관계와 수시로 바뀌게 되는 공사 계획 변경, 이에 따른 공사 대금 변경과 지급 지체 관행 등을 이용, 법적인 책임이 전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이같은 처사가 비난받고 있는 이유는 법적인 책임 때문이 아니다.
공사를 맡아 진행시킨 책임자이자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대기업으로서, 사건을 발생시킨 원 책임자인 두산측이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기에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열위적인 하도급 업체에 대한 힘있는 자와 그를 등에 지고 있는 이들의 횡포와 이같은 병폐적인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 씨는 두산중공업의 재하도급 업체로서 분명히 영남구너 주배관 건설공사를 진행했지만 공사비는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또한 두산측의 권유로 신한과 남부권 주배관 건설공사도 정상하도급 할 수 있었음에도 재하도급 업체로 전락됐지만, 분명히 원도급자인 두산측의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공사에 대해서도 박 씨는 공사대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법적인 책임을 묻기 전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도덕적인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라진 공사비 120억원은 어디로?

특히 두산중공업이 이 사건과 관련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박 씨가 지급받지 못했던 120억원의 공사비가 어디로 갔느냐 하는 의혹 때문이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가스공사측에서는 책정됐던 공사대금은 전액 지급한 사실로 밝혀진 만큼 두산중공업으로 넘어 온 공사비의 실제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은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켜나가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것이 바로 기업이다. 대기업이 사회의 중심으로서 도덕성과 책임을 지켜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박 씨와 같은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보다 현명하고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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