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 한국은 지금] 고효율 CIGS 박막 태양전지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선진 국가들은 이 같은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등 9대 중점 그린에너지 분야의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50~85% 수준으로 낮고 수입의존도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들은 이같은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그린에너지 관련 기술을 연구해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그 가능성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광주 광산IC로 들어서면 보이는 ‘첨단로’. 국내 유일의 광산업집적화단지에 인접한 거리답게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은 모조리 발광다이오드(LED)로 돼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각각의 제품에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어 개별적으로 전기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낮에 전기를 생산해 저장한 뒤 밤새도록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은 우리 생활 곳곳에 성큼 다가서있다. 햇볕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덕택이다. 그러나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물론 석탄이나 석유, 가스에 비해 발전단가가 높아 경제성이 낮은 편이다. 2008년 현재 태양광 발전의 발전단가는 500원/㎾h로 수력(85원/㎾h), 원자력(40원//㎾h)보다 비싸다. 게다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큰 면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선 대규모 활용이 쉽지 않다.

가격 싸고 효율 높은 CIGS 박막 태양전지

윤경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전지연구단장이 개발하고 있는 고효율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이 같은 기존 태양전지가 안고 있는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고효율 CIGS 박막 태양전지는 구리(Cu), 인듐(In), 갈륨(Ga), 셀레늄(Se)으로 된 화합물 반도체를 태양전지의 주 소재로 사용한 것으로 실리콘이 주 소재인 1세대 태양전지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다.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1세대 태양전지 두께의 1/100에 불과한 박막형이라 태양전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의 양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발전단가가 싸다. CIGS와 실리콘 등 소재 값이 비싼 태양전지는 얇게 만들면 만들수록 경제적이다.

또 얇기 때문에 건물의 외벽이나 지붕 마감재로 태양전지를 활용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시스템에 적합하고 유리 대신 금속필름을 기판으로 사용하면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 잘 가공한다면 유리창이나 블라인드에 붙여 채광도 하고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국토가 좁을수록 건축물 구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의 쓰임새가 많아진다.

가장 큰 장점은 효율이 높다는 점이다. 박막형 태양전지 중에선 가장 효율이 뛰어난 편으로 2010년까지 전체 태양전지 시장의 1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치열한 기술경쟁 개발을 벌이고 있다. 독일의 한 업체는 이미 면적 60㎝×120㎝에 약 12%의 변환효율을 갖는 대형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킨 상태다. 이는 기존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의 일반적 효율인 13~14% 수준에 근접한 수준이다.


“선진국과의 격차, 집중투자로 따라잡자”

이 같은 가능성 때문에 정부도 CIGS 박막 태양전지를 포함한 태양광 발전 분야를 저탄소 녹색성장의 열쇠인 ‘그린에너지산업 9대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향후 5년간 민간과 함께 3600억원을 투자해 2020년에 화석연료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또 가로등 등 공공시설 조명과 주택에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하는 솔라 타운을 조성하고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태양광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해 매년 50㎿ 이상 시장을 확보하는 등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투자액이 적어 기술은 물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윤 단장이 개발한 CIGS 박막 태양전지도 약 12% 수준의 효율을 보이긴 하지만 크기가 5㎝×5㎝에 불과하다. 태양전지는 크게 만들면 크게 만들수록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크게 만드는 능력이 곧 기술력을 나타낸다. 윤 단장이 개발한 태양전지도 손톱만한 크기에선 효율이 17%였던 것이 5㎝×5㎝ 크기에선 12%대로 급격히 떨어지고 말았다.

태양광 발전은 햇볕만 있으면 어디서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진은 건물 외벽에 태양전지를 설치해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제로에너지타운.

이 같은 격차를 따라잡기엔 연구소만의 노력만으론 벅차다. 일례로 연구시설엔 60㎝×120㎝ 크기의 태양전지를 생산할만한 장비가 없어 기술개발에 한계를 안고 있다. 사정이 나은 대기업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LG마이크론에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윤 단장은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산학연 협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선진국이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는데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보다 긴 안목으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기술개발의 허브역할을 담당하는 중심기관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비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이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어렵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막 태양전지 기술은 디스플레이 기술과 유사하기 때문에 기존의 인력과 인프라를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디스플레이 기술수준은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그동안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기업이 노력한다면 곧 따라잡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성립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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