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법원이 중국·인도산 배관부품을 국산이라고 속여 1천200억원어치를 국내외에 판매한 혐의로 업체 회장, 전·현직 대표이사, 임원 등 7명 모두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플랜지 제조업체 회장 A(74)씨에게 징역 7년, 전 대표이사 B(70)씨와 C(68)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 임원 D(59)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00만원, 현 대표이사 E(54)씨와 임원 F(56)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 계열사 대표 D(52)씨에게 징역 4년을 26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벌 규정을 적용해 업체에 대해서도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0여 년 동안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플랜지를 수입한 뒤,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1천225억원을 받고 국내 25개 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7월부터는 원산지를 조작한 플랜지 11억원 상당을 러시아 등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플랜지 제품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는 원산지 표시를 그라인더로 갈아 지운 뒤, 업체 로고와 'KOREA'를 새로 새기는 수법으로 원산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랜지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관 이음 부품이다.

지름이 크거나 내부 압력이 높은 배관, 자주 떼어낼 필요가 있는 배관 등에 사용된다.

정유시설이나 석유화학시설 등 배관이 많이 사용되는 장치 산업에 많이 쓰인다.

수사 과정에서 원산지가 조작된 제품이 국내 발전소·정유·석유화학 설비 등 산업 기반 시설에 공급됐고,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10년간 이어졌고, 원산지 조작 사실을 모른 채 플랜지를 받은 회사가 25개에 달하며, 편취 금액은 무려 1천200억원에 이른다"며 "각종 시설과 플랜트 공사를 의뢰한 최종 발주 회사를 포함하면 피해 회사는 그 수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막대한 수량의 수입 플랜지 원산지 표기를 일일이 삭제하고 국내산으로 마킹했는데, 이를 위해 협력업체에 업무를 전담시키고 시험성적서까지 조작하는 등 범행 수법이 대단히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또 "플랜지를 공급받은 거래처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와 조선소이고, 이들 회사가 제품을 사용한 사업은 모두 중국산이나 인도산 자체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지정돼 있었다"라면서 "국내 회사들이 향후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부담할 위험에 노출됐고, 해외 발주 공사의 성격으로 볼 때 국내 회사들의 공신력이나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범죄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플랜지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피고인들의 업체는 '해외 업체가 원산지 조작을 해 경영상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범행을 숨기고자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문서 파쇄를 모의하는 등 범행 전후 정상이 불량하다"라면서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임과 동시에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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