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대법원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의 경우에는 의사가 아닌 실제 운영주가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최모씨 등 16명이 정모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정씨는 경매를 통해 매수한 건물에 의료장비를 갖추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이모씨를 고용해 2014년부터 이씨 명의로 병원을 운영했다.

정씨는 총괄이사라는 직함으로 병원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과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다.

이후 정씨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확정받았고,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최씨 등은 병원의 실제 운영자인 정씨를 상대로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을 청구 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정씨가 의사인 이씨를 고용해 이씨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하는 계약은 의료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며 "결국 의료기관의 운영과 관련해 얻은 이익이나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면서 근로자들이 정씨에게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떤 근로자에 대해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할 때는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서 비록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 등은 형식적으로는 의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씨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씨 등을 직접 채용하고, 업무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직접 급여를 지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최씨 등과 정씨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씨는 근로자들에 대해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면서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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