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한국씨티은행과 KDB산업은행이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씨티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6억원 배상 권고를 수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산업은행도 금감원에 28억원의 배상권고 불수용 입장을 통보했다.

아울러 DGB대구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해 이날 금감원에 수용시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수락여부 통보시한은 오는 6일이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DGB대구·씨티 등 6개 은행에게 키코 피해기업 4곳에 총 255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 중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조정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27일 피해기업 2곳에 42억원의 배상금 지급까지 완료했다.

이날 씨티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권고를 결국 거부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2년 일성하이스코의 회생절차에서 6억원을 크게 초과하는 금액의 미수 채권을 이미 감면해준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측도 “법무법인 검토의견 등을 고려해 심사숙고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의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수락하지 않았지만, 일부 키코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39곳의 피해기업 중 금융당국이 자율조정을 권고한 기업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검토해 기존 판결에 비춰 적정수준의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당시 4개 피해 기업에 대한 배상권고와 별개로 나머지 147개 기업에 대해선 11개 은행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배상 여부와 배상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산업은행은 추가적인 3개 기업에 대한 자율배상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은행들은 금감원 조정을 수용할 경우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배임의 소지가 있는 점을 우려해왔다.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에서 키코상품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인정됐지만 피해 기업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 완성으로 없어져 은행들이 배상을 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분쟁조정을 수용할 경우 향후 더 큰 규모의 자율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자율조정에 따른 배상액은 총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각종 규제 권한과 조사권을 가진 감독 당국의 권고안을 금융권이 거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키코사태 비판여론 등도 고려했겠지만, 법적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안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의 결정은 앞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50억원과 18억원의 배상 권고를 받았다. 이들 은행은 6일 이사회 등을 거쳐 공식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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