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우리은행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단 도용 건수와 우리은행의 보고 여부를 놓고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8년 7월 자체 감사를 벌여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바꿔 활성계좌로 전환한 사실을 적발했다.

비밀번호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휴면계좌가 활성화하고 이는 새로운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힌다는 것을 노린 일탈 행위였다.

우리은행은 사건이 알려진 지난 5일 무단 도용이 적발된 건수는 2만3천여건이라고 발표했다. 의심 사례 4만건 가운데 2만3천건만 무단 도용 사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얘기는 다르다.

금감원은 확정된 무단 도용 건수가 4만건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이 해당 사건을 금감원에 보고했는지를 둘러싼 신경전도 펼쳐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8년 10∼11월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비밀번호 무단 도용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보고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보고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경영실태평가에서 우리은행의 자체 감사 내용을 먼저 발견했고 이후 전 은행권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 조사 직원이 우리은행 측에 행장에게 보고한 전산 관련 서류를 달라고 요청했고 자료를 검토하던 중 무단 도용 사건을 인지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와 관련해 우리은행 직원이 고객 임시 비밀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후 전체 은행권을 점검했는데 유사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양측의 진실 공방은 이르면 다음달 열릴 무단 도용 사건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둔 전초전 성격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용 건수와 금감원 보고 여부는 우리은행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피해 고객들에게 비밀번호 도용 사실을 알리기로 하고 고지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고객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셈이라 '뒷북 고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서 고객 정보 유출은 없었다"며 "고객 통지 여부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역시 1년여 지난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제재심에 올리기로 해 '뒷북 제재'라는 비난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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