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된 사람을 검사가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해 작성한 진술조서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씨(61)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검찰이 항소한 후 항소심에서 증인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수사기관이 특별한 사정없이 미리 소환해 작성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한다면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가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심리주의에 반하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 2007년 8월~2008년 5월 서울 양재동 복합 유통센터 인허가 알선 경비 명목으로 파이시티 전 대표 A씨로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총 5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A씨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통해 사업 인허가를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씨가 A씨로부터 받은 돈을 최 전 위원장에게 단순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고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12년 11월15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A씨는 재판에서 이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A씨에게 받은 5억5000만원 가운데 2007년 대통령 선거 이후 받은 4억원은 최 전 위원장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로비를 벌이고자 받은 것으로 판단해 이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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