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대법원의 전자법정 구축 사업과 관련한 행정처 직원들과 업자들의 비리에 가담했으나, 이후 이를 언론 등에 제보한 이에게 항소심이 선처를 베풀었다.

법원은 내부고발자를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11일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장비 공급업체 직원 이모 씨에게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처벌하지 않고 있다가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씨는 앞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날 선고에 따라 석방된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죄행위를 언론에 제보하고, 의원실과 소통하면서 공론화하는 데 노력한 결과 이 사건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다"며 "비록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내부 고발자가 돼 제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내부고발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라고도 표현되는 내부고발자는 언제나 깨끗하고 착한 사람만은 아니며, 가담했기에 범행사실도 알고 제보할 수 있다"라며 "이런 내부고발자를 사회가 보호해야 하고, 형사재판에서도 그 취지를 충분히 참작해야 사회가 더 깨끗해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찰비리 사건의 주범들에 대해서도 일부 감형하는 판결을 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법원행정처 전 과장 강모 씨와 손모 씨는 1심의 징역 10년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법원행정처 행정관 유모 씨는 징역 6년에서 징역 5년으로 형량이 깎였다. 다만 이들에 대해 선고한 1억∼7억원대의 벌금과 추징금 액수는 1심과 같이 유지했다.

재판부는 "거액의 뇌물을 받아 공무원 직무의 신뢰를 훼손한 죄책이 무겁지만, 법원의 전산 분야 공무원으로서 재판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법원의 재판과 관련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양형기준상 일반직 공무원에 적용하는 형량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뇌물을 주고 전자법정 사업 입찰을 따낸 전 법원행정처 직원 남모 씨도 징역 6년에서 4년으로 감형받았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공무원 출신인 남씨는 2007년 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법원의 실물화상기 도입 등 총 400억원대 사업을 따냈다. 검찰은 이렇게 대규모 사업을 따낸 배경에 남씨와 현직 행정처 직원들의 '커넥션'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재판에 넘겼다.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 현직 직원들은 남씨 회사가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그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이들은 입찰 정보를 빼돌려 남씨에게 전달하거나, 특정 업체가 공급하는 제품만 응찰 가능한 조건을 내거는 등 계약업체를 사실상 내정한 상태에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공무원들은 그 대가로 6억9천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고, 사법부 역시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한 부패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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