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대법원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해당 증인의 검찰 등 수사기관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전원합의체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A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3월 B씨에게 필로폰 약 41.5g을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B씨는 11차례에 걸친 필로폰 소지 등 혐의로 2017년 4월 기소됐고, 2017년 10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이 선고됐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B씨는 A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선서 및 증언을 거부했다. 자신의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 1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했다.

A씨 항소심에서도 B씨는 증인으로 나왔지만, B씨는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했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항소심은 B씨의 증언 거부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증거능력 인정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숨지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외국에 거주하거나 소재 파악이 불분명한 경우 및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 조서 등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 조서의 내용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입증돼야 한다. 결국 2심도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증언 거부가 정당하지 않을 때도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 인정 예외 사유에 해당되는지를 심리했다.

대법원은 B씨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외 사유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본래 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 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있다"며 "그 예외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서의 예외 규정은 적용 범위를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진술 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음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당하지 않은 증언 거부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소송법의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실질적으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인을 협박·회유하는 것처럼 증언 거부 상황을 초래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형사소송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정당한 증언 거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예외 사유를 인정한다면 피고인이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당하지 않은 증언 거부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 수단을 도입하는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증언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예외 규정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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