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뉴스데일리]2심 법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에게 검찰의 구형량보다 센 집행유예형이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는 14일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10월2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 구형량과 같은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룹 총수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일에 회사 인사팀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주장처럼 설령 자신의 개인돈으로 가사 도우미의 월급을 지급했더라도 이는 고용인으로서 당연한 것으로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없다"며 "또 가사도우미 문제점을 인식해 곧바로 귀국시켰다며 유리한 정상이라고 주장하나,

다시 다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장녀도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데도 이를 만류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불법 고용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검찰의 벌금형 구형은 피고인 죄책에 상응하기 형벌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이 모든 불법 과정을 보고받고 이를 명확히 인지하면서도 계속 회사를 개입시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집하고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과 가족을 위해 회사 임직원들이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구체적 사정을 알게 되면서 점차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한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이고, 여생 동안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조심히 살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1심에서도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오히려 재판부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센' 형량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도 벌금 1500만원을 구형받았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1심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았지만 이 전 이사장은 항소, 2심 재판을 혼자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6명을 위장·불법 입국시킨 뒤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이 한진그룹 회장 비서실에 가사도우미 선발을 지시하면 인사전략실을 거쳐 필리핀 지점에 지시 사항이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받은 임직원들은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뽑은 뒤 이들을 대한항공 필리핀 우수직원으로 본사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가장해 D-4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지점에 재직하는 외국인을 국내로 초청하는 연수 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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