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검찰이 과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자료를 규정에 따라 폐기하지 않고 임의로 보관했다가 별건 수사에서 활용한 사실이 KT 부정채용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의 부정채용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절차 위반 및 영장주의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면서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를 배제했다.

문제가 된 증거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이 전 회장이 사용하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한 자료였다. 이는 검찰이 2013년 이 전 회장의 다른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뒤 폐기하지 않고 임의로 보관해 온 자료였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은 KT 부정채용 수사에 착수하면서 지난 5월 이 자료가 보관돼 있던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지원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해당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이 수사 후 폐기했어야 할 증거를 부당하게 보관했다가 이를 '셀프 압수수색'으로 확보해 별건 수사에 활용한 셈이다.

이에 이 전 회장 측은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CD 등 전자자료와 이를 제시한 뒤 확보된 관계자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2013년 압수수색 당시 발부받은 영장에는 "증거물 수집이 완료되고 복제한 저장매체를 보전할 필요성이 소멸한 후에는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지체 없이 삭제·폐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해당 내용을 언급하면서 "늦어도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사건이 무죄로 확정된 2018년 5월 이후에는 해당 압수물을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포렌식 자료를 삭제 또는 폐기하지 않고 보관한 것은 영장에서 정한 압수 방법의 제한사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검찰은 "해당 전자정보(포렌식 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됐더라도 절차 위반의 정도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을 비교하면 이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의 영장에 의해서만 압수할 수 있는 정보를 수사기관이 마치 '데이터베이스화'해 장기간 보관하다가 별개 사건에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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