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뉴스데일리]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언자'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향해 의구심을 강하게 표현했다.

이 전 대통령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은 2010∼2011년 국정원 특활비 3억여원이 청와대로 전달되는 과정에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0년 원 전 원장이 김백준 전 기획관을 통해 2억원을, 2011년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1억500만원)를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날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받은 2억원과 관련해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자신이 원 전 원장에게 특활비를 요구한 적이 없고, 김 전 기획관에게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지도 못했으므로 관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 겸, 어떤 사정이 있길래 그럴까(하는 마음이다)"라며 "그래도 (왜) 아닌 것을 있는 것처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김 전 기획관이 2달여 동안 58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거론하자, 이 전 대통령은 화살을 검찰로 돌렸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한두 번 조사받으면 끝이었을 텐데 안타깝다"라며 "검찰도 앞으로는 안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이 자신에게 굳이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도 "할 말은 많지만 안 하는 게 좋겠다"며 "대답은 검찰 스스로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전 대통령은 2010년부터 원 전 원장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사임 의사를 전달받았으나, 자신이 반려했다고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이 직접 진지하게 요청하기까지 했으나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해 "힘들어도 끝까지 가자"고 직접 이야기했다는 것이 이 전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는 자신의 1심 재판부가 2011년 받은 10만 달러에 대해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에 대한 방어 논리를 편 것으로 풀이된다.

1심은 당시 정치권으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던 원 전 원장이 자신의 직위를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청탁 차원에서 10만 달러를 상납했다는 점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자리에서 질문을 받고 원세훈 전 원장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왜 사표를 받아들이고 새 사람을 구하지 않았는지 안타깝다. 그때 받아들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임하면 유임하는 것이고 사임하면 사임하는 것이지, 그런 일로 나랏돈을 (쓴다는) 검사의 생각은 바른 생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원 전 원장이 앉은 피고인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약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신문에 응했다.

비공개 신문에서는 2011년의 10만 달러와 관련해 '대북 공작'의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신문이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5시 15분께부터 약 1시간 동안 공개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직접 증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자신의 1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문을 위해 증언대에 앉았으나 일체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전직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최 전 대통령은 1996년 1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구인장까지 발부받은 끝에 출석했다. 그러나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1·2심에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해 증언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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