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MB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부당하게 강제 전역을 당해 10년간 소송전을 벌인 군법무관에게 복직의 길이 열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전직 군법무관 지모씨가 국가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씨가 현역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지씨 등 군법무관 7명은 2008년 10월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장병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당시 국방부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서적이라며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놈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부대 반입을 금지했다.

이듬해 육군참모총장은 헌법소원을 낸 지씨에 대해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 처분을 내렸지만, 이어진 불복 소송에서 1·2심은 모두 "파면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참모총장은 이번에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고, 국방부는 이 징계를 근거로 2012년 1월 지씨를 강제 전역시켰다.

이에 지씨는 정직 1개월과 전역이 모두 부당하다며 다시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까지 거쳐 지씨에게 내려진 징계처분과 전역 명령이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이 지난해 확정됐다. 그러자 국방부는 "지씨가 2015년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인 45세에 도달했다"는 새로운 이유로 정년 전역 및 퇴역 명령을 내렸다.

이에 지씨는 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법령상 사유 없이 오직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 사유 탓에 파면처분이 내려졌고, 그로 인해 직무수행 기간이 줄어들어 진급하지 못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현역의 지위를 상실한 기간만큼 계급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씨의 징계 사유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 곧바로 새로운 징계나 전역 처분이 내려졌던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씨가 2009∼2018년 사이 대부분의 기간 현역 지위를 상실한 것은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 사유에 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지씨와 같은 시기에 임용된 군법무관 대부분이 중령 진급에 실패하지 않았고, 당시 중령 계급의 인원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지씨가 중령으로 진급하지 못한 것은 위법한 처분 때문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씨는 현역 지위를 상실한 6∼9년가량 계급 연령정년이 연장돼 현재도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