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ㆍ조국 구속 집회'에서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데일리]토요일인 12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에서는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와 조 장관을 규탄하는 맞불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오후 6시부터 검찰 개혁과 조 장관 수호를 주장하며 서초역 사거리에서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5시부터 서초역 역사는 집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7호선 내방역 인근에서 내려 서리풀터널을 통해 집회 현장으로 오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대비한 듯 두툼한 겉옷을 걸치거나 손에 든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 근처 도로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이들은 '조국 수호', '정치검찰 OUT', '최후통첩'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초역사거리에 설치된 무대에서 나오는 발언에 호응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방송인 노정렬 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제기한 'KBS가 조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씨와 한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과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에 크로스체크하는 게 맞느냐"며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고 서로 '빨대'를 빨아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은 검찰과 언론, 친일 잔당을 국민의 촛불로 태워버리자"고 주장했다.

무대에 선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었지만, 검찰이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해 행하는 행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나서 검찰의 권력 남용을 당장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조 장관을 향한 수사가 검찰 개혁을 가로막기 위한 적폐라고 비판하고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수원에서 아내, 중학생 두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김모(46) 씨는 "검찰과 언론이 세 달 가까이 조 장관과 그 가족을 마녀사냥처럼 몰아간 데 대해 울분이 많다"며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것을 몸소 느껴 보라고 아이들하고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26) 씨는 "조 장관 자체는 결격사유가 없는데, 검찰과 언론이 자녀나 동생 문제와 엮어 몰아가고 있다"며 "자녀 입시 특혜 논란도 당시 제도상 범법이 아닌데, 현재 기준을 적용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집회는 이 단체의 네 번째 토요일 집회다. 주최 측은 이날 "공식적인 참석 인원을 일절 밝히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누에다리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1.7㎞, 서리풀터널에서 교대역 사거리까지 1.6㎞ 구간 도로가 꽉 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누에다리부터 교대입구 교차로(삼거리), 대법원 정문부터 교대역 사거리까지 도로를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번 주를 끝으로 집회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추후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다. 집회를 주도하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관계자는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다음 주라도 촛불은 다시 켜질 것"이라며 "잠정 중단일 뿐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누에다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는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서울역에서 '조국 구속 태극기집회'를 연 데 이어 이후 오후 4시부터는 서울성모병원 앞으로 장소를 옮겨 2부 집회를 열었다.

우리공화당의 서초동 주말 집회는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성모병원 정문 앞에서 국립중앙도서관 앞까지 이르는 7개 차로 약 250m를 차지한 우리공화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성모병원 쪽을 향해 "대통령님 힘내세요"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발언대에 선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노릇을 하며 민중 민주주의, 사회주의를 하려는 거짓의 세력"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자"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서울성모병원 앞에서 반포대교 남단 고속터미널역 사거리 600m 구간을 행진했다가 돌아와 마무리 집회를 열고 오후 7시10분께 해산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서울역 앞 1차 집회에 5만 명, 서울성모병원 앞 2차 집회에 약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우리공화당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나온 시민 이모(54) 씨는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집회에 나왔다"며 "자녀 입학 문제나 사모펀드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게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데, 조 장관은 하루빨리 사퇴하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두 딸, 남편과 함께 이날 오후 서울에 올라와 자유연대 집회에 참여한 김모(39) 씨는 "조국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을 보며 정치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공산화된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해 먼 거리를 무릅쓰고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보수 성향 자유연대도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초경찰서 앞 7개 차로 150m 구간에서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요구 결사항전 맞불집회'를 열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1만여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초역 주변 집회 때문에 서초대로, 반포대로가 순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서초역 인근에 94개 중대 5천여명 규모의 경찰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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