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상품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부행장급 임원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최근 문제가 된 해외 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상품선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상품선정위원회는 은행이 판매할 상품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의사결정 기구로 자산관리(WM) 부문이나 외부에서 만든 상품의 판매 여부를 정한다. 또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을 살리기 위해 이사회와 준법감시인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쯤 DLF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DLF 문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쯤에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DLF 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은행 내규상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 시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와 승인을 거치게 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 상품 중 이런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는 1%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일부 심의 건은 참석위원이 반대 의견을 표시했는데도 위원을 교체한 뒤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상품선정위원회의 구조 자체가 고위험상품을 제대로 걸러내기 힘들게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품선정위원장이 실무급 부서장이고 선정위원들은 각 부서의 실무자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WM본부 같은 곳에서 상품을 만들면 부행장급인 본부장까지 상품 출시에 대한 통과가 된 뒤에 상품선정위원회로 넘어가는 구조"라며 "실세 부행장이 승인한 상품 출시를 실무급 부서장이 뒤집는 건 보수적인 은행 문화의 특성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설정된 금리연계 DLF 380건 중 단 두 건만 상품선정위원회에 올렸고, 그마저도 무사 통과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품선정위원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우리은행은 해당 위원을 상품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위원으로 교체한 뒤 찬성 의견을 받아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 반대 의견을 표시한 직원이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라며 "개인의 용기나 도덕심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품선정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을 모두 임원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도 일부 시중은행은 이렇게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DLF 사태를 피한 신한은행도 그 중 하나다. 신한은행은 투자상품협의회와 투자상품위원회를 통해 투자상품 선정과 전략을 결정하는데 모두 부행장급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위원들도 임원만 참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상품선정위원회 운영을 개선하겠다고 했다"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상품선정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원급으로 높이는 방안을 의무화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경우 판매직원 90여명이 준법감시인 사전심의 없이 3만여건의 DLF 투자광고 메시지를 발송했다.

손실 가능성이나 이익보장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였다. 투자광고 관련 법규를 명확하게 위반한 사례지만 준법감시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준법감시인을 임원이 맡도록 했지만 대부분 말단 임원이 맡는 등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은행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도 내부통제 문제에서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갖게 하는 방법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DLF 등 고위험상품 판매 여부, 고령자를 비롯한 투자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 KPI(핵심성과지표) 등 은행 내부 성과구조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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