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데일리]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삭발 투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를 위한 대여투쟁의 승부수를 띄웠다.

야당의 반대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정부·여당을 향한 강력한 규탄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추석 연휴 기간 청취한 밑바닥 민심에서 '조국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고 보고, 9월 정기국회가 본격 개막하기 전 여론의 물꼬를 한국당 중심의 보수진영으로 돌릴 절호의 기회라는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하자 "한국당의 투쟁은 조국 임명 전과 후로 달라질 것"이라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해왔다.

실제로 황 대표는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 장외집회 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한국당이 이 같은 '반(反)조국'의 민심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당장 추석 연휴 기간 쏟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겨도 반사 이익조차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리더십 위기론까지 번졌다.

이에 황 대표로서도 기존 방식을 넘어 더욱 강력한 대여투쟁 방안으로서 '충격 요법'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이던 시절 단식을 한 적은 있어도 제1 야당의 대표가 '삭발 투쟁'에 나선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조 장관 임명해 반발해 삭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은 그동안 당 안팎에서 불거진 리더십 비판 여론을 불식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 보수진영의 주도권 경쟁을 황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삭발식에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이라고 쓴 검은색 현수막이 걸렸다.

검은색 운동화에 네이비색 점퍼 차림으로 등장한 황 대표는 분수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삭발식을 거행했다.

삭발식은 애국가 4절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약 7분간 진행됐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현장에 나와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했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동안 황 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따금 눈을 감았다 뜨기도 했다.

삭발을 마친 황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유린 폭거가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제1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는 제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감정이 격해진 듯 몇차례 입장문을 읽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한국당은 어떤 행동이라도 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이날 삭발로 일각에서 제기된 '가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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