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뉴스데일리]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64)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임원들이 그룹 차원의 대응 문건을 법정에서 다수 제시받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재판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2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이 의장 등 3명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의장은 지난 2010년 삼성그룹 미래전락실 전략1팀장(사장)을 거쳐 이듬해부터 2017년까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지냈다. 현재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 의장은 '삼성 미전실이 매년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한 건 결국 계열사에 배포해 하나의 통일된 노사 방침을 수립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검찰 질문에 "잘 모르겠지만 (앞서 피고인신문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설명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냐"며 "업무계획 수준이지 삼성그룹 노사전략은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매년마다 작성된 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제시한 검찰이 '문건에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노조 설립을 막는다고 작성한 걸 보고 든 생각이 어떤지' 묻자 이 의장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룹 노사전략에 따라 삼성전자도 같은 전략을 수립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물음에는 "그것도 이번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단순 공유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닌 것 같다'는 질문에도 이 의장은 "잘 모른다"로 일관했다.

재판에서 공개된 피의자 신문 조서에 따르면 이 의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에 '문제 인력 감축 실적을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하면서 '보고받았다면 보고한 사람이 회사에서 감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서) 내용을 보면 그렇게 돼 있다"며 "당시 조사를 받을 때 제가 보지 않고 처음 본 자료들을 죽 나열하고 제 생각을 자꾸 물어보니 당시 생각으로는 '아 이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생각을 말씀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어떤지' 확인하는 검찰에 "(당시는) 이 자료를 보지 않았고, (지금은) 조사받을 때랑 좀 다르다"고 답변했다.

문건에는 그룹 사활이 걸린 문제로 지적돼 있지만, 이날 피고인신문 대상이었던 임원들은 하나같이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 협력사의 노사 문제까지 다 관여할 정도로 노사 문제가 당시 현안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장은 이날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에서 "설마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자 급에서 위법을 대놓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뭔가 이슈가 돼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무엇을 논의했다 이런 것까지 부인하면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문건에 분명히 나와 있는데 다 안 했다고 하냐'며 "노사에 대해 뭐가 이슈인지 관심도 없었던 것이냐"고 물었고, 박 부사장은 "진행상황의 진행 결과나 추이를 보고받았지만 과정에 대한 인사 결정이나 전략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재판장은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면 윗사람들이 의도한 건 아닌데 발생한 게 아니냐"라며 "아랫사람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윗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지 않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원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또 "불법 지시도 없고, 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하라는 지시였을 것 아니냐"며 "아랫사람들이 지금 불법이 된다면 불법을 저질러서 윗사람들이 굉장히 (고생하는데) 아랫사람을 보호해줄 이유가 뭐 있냐"고 반문했다.

박 부사장은 재판장의 거듭된 추궁에 "제가 개인적으로는 세심히 챙겨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 모습을 본 재판장은 "그냥 분위기가 알고 싶어서 그렇다"며 "아랫사람을 심하게 질책하거나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물었고, 박 부사장은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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