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건강보험료가 3.2% 오른다. 정부가 계획한 인상률(3.49%)보다 소폭 감소했다. 국고지원금 비율도 여전히 규정을 밑돌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의 '실탄'이 삐걱대면서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0년 건강보험료율을 3.2%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6.46%에서 6.67%로, 지역가입자의 부과점수당 금액은 189.7원에서 195.8원으로 인상된다. 보험료율 조정으로 직장가입자의 본인부담 월 평균 보험료는 11만2365원에서 11만6018원으로 3653원 오른다. 지역가입자의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는 8만7067원에서 8만9867원으로 2800원 상승한다.

보험료율은 최근 10년간 2009년과 2017년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올랐다. 2007~2011년에는 4~6%대의 인상률을 보였고 그 이후엔 1% 안팎에 그쳤다. 그러다가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2.04%에 이어 올해엔 최근 8년 만에 최고 인상률인 3.49%를 기록했다.

통상 내년도 보험료율은 정부의 예산편성 등의 일정에 맞춰 6월에 결정됐다. 그러나 올해는 건정심 8개 가입자단체가 국고지원금 정상화 없이는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해 두 달가량 미뤄졌다. 내년도 보험료율 인상률이 당초 정부 제시안보다 소폭 감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10조원 활용 ▲10년간 평균 보험료율 인상률(3.2%) 수준 유지 ▲국고지원 확대를 병행하면 문재인 케어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당장 내년도 인상률이 목표치에 미달했다. 정부는 앞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 2020~2022년 3.49%, 2023년 3.2% 인상률을 제시했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정부는 '해당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예상수입액을 낮춰 잡는 방식으로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때문에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데도 정부가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건보료만 올리려 한다는 반발이 컸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에 따르면 2007~2019년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은 24조5374억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일단 내년도 국고지원금을 14%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정부 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올해 법 개정도 추진한다. 하지만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고지원금 비율은 13.4% 수준으로 2008~2016년 평균 15.8%보다 낮다"며 "복지부가 목표로 잡고 있는 14%도 법으로 정한 국고지원금 20%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지원금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는 관련 법 개정안도 3건 발의됐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정윤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국고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재정효율화 대책도 추진해 건강보험 적립금이 10조원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재정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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