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우체국의 오배송이나 지연배송 등으로 이용자가 정신적 피해를 봤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최은주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국가가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재심 신청서를 접수하기 위해 5월31일 우체국의 익일 특급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그는 우체국의 택배 조회 사이트에서 이튿날 배송이 완료됐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신청서는 분류 실수로 정부세종청사로 잘못 배송됐다가 6월 5일에야 중노위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신청 기간이 지나 중노위로부터 재심을 각하 당하자, A씨는 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체국 직원의 과실로 오배송·지연배송이 발생했음에도 택배 조회 사이트에서는 배송된 것으로 기재돼 이를 신뢰한 A씨가 재심청구서의 접수 여부를 중노위에 직접 확인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청구 기간이 지나 각하 결정을 받았다"며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리라는 것이 인정된다"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국가 측에서는 우편물의 배송 오류에 대한 배상 범위를 정한 우편법 규정을 근거로, A씨가 청구하는 정신적 손해의 배상은 이 범위를 벗어나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편법과 그 시행규칙은 '취급 과정을 기록하는 우편물'을 잃어버리거나 지연 배달한 경우 우편물의 종류에 따라 5만∼50만원을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편법 조항이 다른 법률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모두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민법상의 배상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우체국에서 우편물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배상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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