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항소심이 고 백남기씨 사망 사건 당시 ‘직사살수’ 논란을 일으켰던 구은수(61)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양측이 대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 총 책임자가 보고만 받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란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균용)는 8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고인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서울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뒤 두개골 골절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듬해 9월 숨졌다. 구 전 청장은 당시 시위 진압 작전 책임자로서 지휘ㆍ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6월 1심은 현장 지휘관을 지휘ㆍ감독하는 구 전 청장에게 현장의 구체적 상황에까지 파악해 대응하라고 할 순 없다고 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상황센터 내 구 전 청장 자리와 화면까지 거리, 화면의 크기, 무전 내용 등을 고려하면 당시 서울 종로 입구에서 일어난 살수의 구체적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집회 당시 총괄 책임자로서 경찰이나 시위 참가자 중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할 수 있었고, 교통폐쇄회로(CC)TV영상이나 뉴스 보도 영상 등을 보면 당시 현장 지휘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장 지휘관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현장 기동단장과 살수 요원 2명에 대해서도 각각 1,000만원, 70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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