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것을 계기로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사건 수사와 사건현장 출입 지침을 세우기로 했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유무죄의 중요 판단 근거가 되는 출동 경찰관의 인식과 판단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공무집행방해 사건 조사·신고 현장 출입 지침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대구지방법원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2월 가정폭력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A씨의 주거지 현관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허락 없이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A씨를 만나 범죄 발생 여부를 추궁하자 조현병 환자인 A씨는 경찰관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고만으로 인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해가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고 영장 없이 가택에 진입하는 등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역시 지난달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상고를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 같은 판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앞으로 경찰 대응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청은 판결 내용을 분석해 당시 출동 경찰관의 현장 대응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경찰관의 현장 출입 판단 과정을 재판부에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에 출동 경찰관의 위험 상황에 대한 판단과 확신, 현장 조치와 법적 근거가 제대로 적시되지 않아 판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경우 경찰관은 공무집행이 적법하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현장 상황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사건 기록만으로는 판사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피해 경찰관의 출동 당시 인식이나 판단을 꼼꼼히 조사하기로 했다. 신고 당시 상황, 조치과정 및 법적 근거 등을 철저히 조사해 적법한 직무 수행이었다는 점을 입증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경찰은 신고 현장 출입 지침도 일부 개선했다.

경찰은 그동안 범죄혐의점이 있는 경우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강제수사를 해왔다.

또 범죄의 명백성이 없다 해도, 위해 방지 측면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을 근거로 영장 없이도 가택 진입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기존 '위급상황 시 가택 출입·확인 등 경찰 활동 지침'은 경직법상 권한 행사 범위가 추상적으로 규정돼 수사적인 측면만이 부각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경찰청은 판단했다.

이에 경찰은 새로운 지침에 경찰의 상황별 출입조사 근거를 명시하고 출입조사 단계별 세부 지침도 마련했다.

특히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범죄 수사'보다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 활동임을 지침에 명시하고 강제 진입 근거에 대한 세부적인 해석도 반영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활동이 위축돼 피해자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없도록 지침 개선사항을 직무교육에 반영하고 '적극행정 면제제도'를 충실히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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