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실제 근무시간은 바뀐 게 없는 데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고 형식적으로만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한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올 4월 “무늬만 근로시간을 단축한 택시기사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따른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모씨 등 택시기사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강씨 등은 2006년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과 하루 근로시간을 7시간20분으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는 2010년 임금협정에서 하루 6시간40분으로 조정됐고 2011년과 2012년에는 하루 4시간20분으로 다시 줄었다. 실제로는 휴게시간 4시간을 포함해 하루 12시간 교대제 근무가 그대로 유지된 상황이었다. 이에 강씨 등은 “최저임금법이 바뀌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7월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초과수입금 등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 수 없게 한다. 택시기사의 경우 고정급 외에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으로 납부한 나머지(초과운송수입금)를 최저임금에 산입해서는 안된다.

1·2심은 “소정근로시간에 관해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면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그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을 1일 4시간20분으로 규정한 임금협정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변경한 탈법행위이므로 무효”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앞서 올 4월 택시기사 이모씨 등 5명이 A운수회사 등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비슷한 쟁점을 두고 “고정급여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자 근무형태 변경도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취업규칙은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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