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명 '만년필 사건'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반세기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김태주(2018년 사망·사망 당시 80) 할아버지와 함께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았던 동생들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법 형사2단독 이장욱 판사는 1968년에 반공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김모(2014년 사망·사망 당시 71)씨와 김모(74·여)씨 등 김 할아버지의 동생 2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김 할아버지는 1967년 농업기술연수생으로 선발돼 일본에 체류할 당시 일본에 살던 친척에게 만년필을 몇자루 받았고, 귀국 후 동생들에게 이 만년필을 각 한자루씩 줬는데 여기에는 북한 천리마운동을 칭하는 로마자 '천리마', '조선 청진' 등이 쓰여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계 관계자로부터 북한의 천리마운동을 찬양하기 위해 제작한 선전용 만년필과 양복 등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1968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할아버지는 당시 경찰 심문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받기도 했다.

동생들 역시 이 만년필이 북한에서 제조돼 배포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사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않은 혐의(반공법 위반)로 함께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할아버지는 앞서 지난 1월 18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동생들 역시 무죄를 선고받아 반세기만에 삼남매가 모두 죄를 벗었다. 이장욱 판사는 "피고인들이 반공법 위반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수사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주 할아버지는 무죄판결을 19일 앞두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며, 남동생 김씨 역시 2014년 사망해 재심재판은 아들이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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