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검찰이 적용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확정받고, 다른 혐의는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받은 경우에도 형사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첫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돼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A(57)씨가 낸 형사보상 신청 재항고심에서 형사보상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재판에 소요된 비용 가운데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했다고 인정된 비용에 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전처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자 이를 보복할 목적으로 다시 폭행한 혐의(특가법상 보복폭행)로 기소됐다가 '보복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이 함께 적용한 폭행 혐의도 전처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소가 기각됐다.

공소기각이란 검찰의 공소 제기가 법률에 어긋나 무효라는 이유로 법원이 실체적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A씨처럼 일부 혐의만 무죄가 인정되고, 다른 혐의가 공소기각된 경우 법원은 판결 주문으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고, 무죄 혐의에 대해서는 주문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고 판결문 상 '판결이유'에 무죄 취지를 설시한다.

이에 A씨는 "판결 주문에서 공소기각이 선고됐지만 기소된 죄명인 보복폭행은 판결이유에서 무죄가 선고돼 확정됐으므로 형사보상 조건인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사보상을 신청했다.

형사보상이란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형사재판 당사자가 쓴 재판비용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A씨처럼 판결 자체는 무죄가 아닌 공소기각 형태로 확정됐지만, 판결문 내용상 일부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경우에도 형사보상을 해줘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1·2심은 "A씨에게 공소기각 사유가 없었더라면 폭행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을 것으로 보이므로 보상청구 대상 사건이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사보상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 주문에서 공소기각이 선고된 경우에도 무죄가 선고된 일부 혐의에 대해선 형사보상이 인정된다"며 2심 결정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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