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항소심이 규제 권한을 악용해 대기업에 퇴직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공정거래위원회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들 가운데 김학현 전 부위원장과 정재찬 전 위원장 등 2명만 1심에 이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는 26일 업무방해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도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과 지철호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1심이 내린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기소된 6명의 전·현 최고위직 가운데 2명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지철호 현 부위원장을 제외한 5명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공정위에 재직하면서 퇴직 예정인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기간 16곳의 기업이 강요에 못 이겨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공정위가 기업에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별 간부들의 구체적 관여 정도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했다.

당시 인사를 담당하며 퇴직자의 취업 문제를 상의·결정한 뒤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했던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 출신에게 주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신영선 전 부위원장의 경우 당시 사무처장의 지위에 있어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전직 간부 2명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 퇴직자의 취업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고 관리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은 인사업무를 심각하게 방해받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받았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상당수의 퇴직자가 기업에 취업하고, 범행 전반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친분이 있는 기업 대표에게 자신의 딸을 취업시켜 재산상 이익을 뇌물로 받기도 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제한기관에 취업한 혐의로 기소된 일부 전직 공정위 간부들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300만∼5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지철호 현 부위원장의 경우 이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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