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함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예·적금 등 수신금리 상품에서 2%대는 사라지고 기본이 1%대인 시대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예·적금 금리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인하 폭은 0.1∼0.3%p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에도 시중은행에서는 2%대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번에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연 1%대 금리 시대가 올 전망이다.

현재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의 1년제 기본금리는 최고 1.9%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기본금리 1.6%에 우대금리 0.11%p를 준다.

KB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은 기본금리 1.65%에 우대 0.3%p, 'KB Smart 폰예금'은 기본 1.75%에 0.6%p의 우대금리를 준다.우리은행의 '위비 슈퍼 주거래 정기예금'은 기본 1.90%에 최고 2.40%의 이자를, KEB하나은행은 'N플러스 정기예금'은 기본 1.80%에 최대 2.10%의 이자를 준다.

적금 상품은 1년제 기본금리가 최대 2.2%로 이자가 조금 후한 편이지만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신한은행 '신한스마트 적금'은 기본금리 2.2%를 주고 별도 우대금리는 없다. 국민은행 'KB맑은하늘적금'은 기본 1.9%에 0.8%p 우대 금리를,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은 기본 2.15%에 우대 0.6%p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위비 슈퍼 주거래 정기적금2'는 기본 1.40%의 금리에 최고 2.70%까지 이자를 준다. 하나은행 '급여하나월복리적금'은 기본 1.70%에 최고 3.0%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달께 금리 인하를 점쳤던 만큼, 각 은행은 '깜짝' 금리인하에 부랴부랴 후속 조치를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개별 상품에 적용될 금리를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분석을 하면서 신상품 개발과 수수료 조정 등의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이런 과정을 종합적으로 거쳐야 하기에 일러야 이번 주 중후반에야 금리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은행 속내는 좀 복잡하다.

이미 시장 추세를 반영해 수신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수신금리를 조정하게 되면 당장은 '내줘야 하는 이자'가 줄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 자금 이탈을 가속할 수 있고, 이미 익숙한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또 한 번 고개를 들 수 있다.

내년 이후 정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가 강화돼 상대적으로 예금을 더 많이 조달해야 하는 은행들은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게다가 수신금리가 내려가면 이를 기반으로 산정하는 대출금리 역시 내려야 한다. 은행이 '받아야 하는 이자' 역시 줄어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수 있어 은행으로선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이 25bp(1bp=0.01%) 금리를 인하할 때 연간 이자 이익은 평균 800억원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NIM은 3.1bp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따라서 은행 간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인하 폭은 첫 '타자'가 내놓은 그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이미 이자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수준을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의외로 그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작년 11월 기준금리가 0.25% 오를 때 일부 은행은 수신금리를 그보다 많은 0.30% 올린 바 있는데, 이후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니 이참에 한 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 입장에선 어차피 예·적금에 들 계획이 있었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금리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가입하는 게 0.01%p의 이자라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별로 특판상품을 내놓는 등 한시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니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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