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에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수됐더라도, 내국법인은 해당 계약금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를 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7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내국법인 강호디오알이 서울 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강호디오알은 지난 2008년 형제회사 강호에이엠씨가 말레이시아 소재 외국법인 CDL호텔리미티드(CDL)와 맺은 계약을 승계받았다. CDL이 보유한 CDL호텔코리아 지분 100%를 약 4,116억원에 사들인다는 내용이었다. 강호에이엠씨는 CDL에 계약금 590억원을 지급한 상태였으나 약속한 정산일까지 매매대금을 주지 못하면서 계약금이 CDL에 귀속됐다.

서초세무서는 2013년 “강호디오알이 해당 계약금에 대한 법인세를 CDL로부터 원천징수해 냈어야 했다”며 법인세 147억5,000만원과 가산세 14억7,500만원을 부과했다. 강호디오알 측은 ‘외국법인에 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뿐 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어 원천징수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매매계약 양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대체됐다면, 이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대체되는 경우는 법인세법이 원천징수대상으로 규정한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득을 지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매수인이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서초세무서가 발송한 납세고지서에 법인세 본세와 관련해 세율이 ‘0.00%’로 잘못 적힌 점을 들어 “국세징수법이 정한 세액 산출근거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하자가 있고 달리 흠결이 보완된 사정도 없어 법인세 본세 징수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인세법은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을 외국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으로 보고 법인세 원천징수대상으로 삼을 뿐 그 지급방법에 아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서 외국법인에 준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취된 경우도 원천징수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잘못 적힌 것에 대해서도 “특정액수로 기재된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에 비춰 이 세율이 명백히 잘못된 오기임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사정만으로 법인세 본세 징수처분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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