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가정집에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장 경찰에게 혼선을 가져다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 4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42)에 대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비춰봤을 때 위법성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12월 4일 오전 7시28분 대구 달서경찰서 경찰관 2명은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출동했다. 신고 10분 뒤 도착한 경찰은 집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고 싸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전화해 내용을 확인했다. 신고자는 “지금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통화한 경찰관이 위치를 확인하려 하자 신고자는 “왜 내 위치를 말해야 하느냐”고 따졌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경찰관에 따르면 신고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고민 끝에 집 현관문을 열었다. 잠겨있지 않아 그대로 열렸고, 경찰관들은 A씨와 현관에서 마주했다. 한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집 안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다.

A씨는 “당신들 누구냐”라고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범죄사실이 없었는지 A씨를 추궁했다. 그러자 A씨가 유리병을 집어 던지려고 시늉했고 경찰관 한 명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찰나 A씨는 유리병을 던지며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은 A씨에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신청을 기각했다. 우선 경찰이 A씨의 집안에 들어갔을 때 실제 A씨와 그의 어머니 2명만 있었기에 112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범행이 발생하고 있는 등의 상황이 아닌데 경찰이 주거지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A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어 종종 혼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는데, 이웃은 이를 다툼으로 오해하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찰이 주거지에 들어오면서 A씨가 폭행까지 하게 된 것으로 봤다.

지난해 10월 열린 1심에서 대구지법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A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영장을 소지·제시하지 않았고, 피고인을 현행범 등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갔기에 경찰관 행위는 적법하지 않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 측은 “출동 당시 경찰 입장에서 보면 이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일 수도 있었고 누군가가 다쳤거나 죽었을지도 몰랐던 상황”이라며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린 2심에서도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폭행 자체가 무죄가 돼 버렸다”며 “내부가 매우 혼란스러운데 경찰청에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고 토로했다.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만약 정말 범죄가 일어났는데 경찰이 영장이 없다고 그냥 돌아섰다면 비난의 화살이 누구에게 돌아갔겠느냐”며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 입장에서 이런 판결이 나오면 맥이 빠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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