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씨.

[뉴스데일리]검찰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에게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명희 씨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결심 공판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을 불법에 가담하도록 해 범죄자로 전락시켰다"며 이같이 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 혐의인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벌금형은 최고 2천만원이지만, 검찰은 가중된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이 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같은 혐의로 이 씨와 함께 재판받았으나, 혐의를 모두 인정함에 따라 검찰이 첫 공판 때 바로 벌금 1천500만원을 구형했다.

반면 이 씨 측은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이 불법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씨가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해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씨가 입장을 바꿔 혐의를 전면 인정함에 따라 재판부는 증인 신문을 하지 않고 바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 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지난 재판 후 (법리를 다투는) 그런 입장은 책임 회피가 아닌가 생각했고, 법을 잘 모른다고 해도 잘못은 잘못이라 생각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게 됐다"고 번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번 사건 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고, 불법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가사도우미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며 "관련 직원들과 주위 분들께 피해 입힌 것도 반성하고 있으니 참작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 또한 직접 "잘 몰랐다고 해도 내가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사죄드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밝혔다.

그는 "제 부탁으로 일해주고 여러 차례 조사받으러 다닌 직원들에게 무엇으로도 사과의 말을 다 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판사가 입장을 바꾼 이유를 직접 말해달라고 하자 "남편 때문에 미국에 머무르면서 이번 재판에 대해 변호사들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지난번 재판 후 어차피 책임은 내게 있는데 이렇게 길게 간다 해서 책임이 면해지는 것도 아니고, 더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내가 다 잘못했고 책임진다고 변호사들께 얘기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씨의 선고 공판은 7월 2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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