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작가.

[뉴스데일리]스윙스(Swings)는 논란을 달고 다닌다. 비판도 받고 욕도 먹는다.

하지만 나는 스윙스에게 가해지는 비판과 오해 중 적지 않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거나, 적어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 경우는 말 그대로 그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안타깝게 여기는 경우는 그가 한국힙합의 선구자 중 한 명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보자.

스윙스는 데뷔 때부터 이미 누구보다 힙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스윙스는 힙합이 음악이자 문화이고 동시에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이미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또 그는 힙합을 규정하고 대변하는 고유의 개념들에 능숙했음은 물론이요, 힙합이라는 하나의 ‘세계’가 어떠한 규칙과 원리에 의해 굴러오고 있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예를 들어 스윙스는 힙합이 자신감을 내세우거나 때로 허장성세를 부리는 문화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윙스는 가사 속에서 자주 자신만만하거나 때로는 거만했다. 그는 ‘The King Is Back’이라는 노래를 시리즈로 만들었고, 심지어 ‘겸손은 없다’라는 노래까지 발표했다.

또 스윙스는 ‘경쟁’이 힙합의 중요한 키워드임을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켄드릭 라마가 ‘컨트롤 대란’을 일으켰을 때 한국에서 랩 전쟁을 시작한 인물은 바로 스윙스였다. 이 때 스윙스가 발표한 노래 ‘황정민’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한테 리스펙트까지 보내면서 디스하는 사람들 파이팅” 

스윙스는 힙합에서 ‘리스펙트’라는 개념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고, 동시에 이것이 ‘언어’ 전쟁이자 일종의 ‘게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앞서 스윙스를 한국힙합의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힙합의 여러 정수를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거나, 최초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선보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윙스가 한국힙합에 새롭게 가져온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펀치라인’이다.

비록 펀치라인은 원래 ‘랩’에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설명하자면 길어지니 여기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랩 구절 정도로 해두자.

신선하거나, 신기하거나, 재미있거나, 절묘하거나,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거나,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지거나 등의 이유로 말이다. ‘펀치라인 놀이’라는 노래에서 스윙스가 선보인 펀치라인은 대략 다음과 같다.

“내 기분은 2주된 요플레보다 상했지/ 넌 Tiger J와 다르게 미래가 없지 / 내 실력은 미쳤어, 내 관객처럼 / 안티들은 징징대, 9남매 중 막내처럼”

펀치라인을 만들기 위해 스윙스는 여러 기법을 활용했다. 중의법을 쓰기도 했고 문장을 도치시키기도 했다. 그는 무수한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들의 귀를 잡아두었다.

사람들은 스윙스의 작사법에 매료되었고 곧 그를 모델 삼아 펀치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즉 스윙스의 펀치라인은 한국힙합의 작사 경향을 바꾸었다. 

스윙스의 펀치라인 식 작사법이 다른 작사법보다 무가치하거나 열등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세계평화를 말하거나,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거나, 기승전결이 확실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진정한 가사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랩은 좋은 메시지 외에도 언어를 가지고 노는 본연의 즐거움 역시 늘 중시해온 음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윙스는 랩의 놀이적 면모를 한국힙합에 더한 동시에 한국힙합의 가사적 다양성을 확장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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