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고위급 간부(치안감) 2명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박기호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중앙경찰학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가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그 법리적 평가 여부에 관해서만 다투고 있는 점,가담경위나 정도에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들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박·정 치안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정보를 수집, 선거대책 수립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치안감은 선거 관련 정보수집과 보고를 인정하면서도,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이라며 죄가 없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이 공천 문제를 두고 친박계와 갈등을 빚던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정치인 동향을 집중적으로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 등에 참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청이 유명 역술인들의 국정 전망과 점괘까지 받아 보고한 문건도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에는 국운이 나빠 물로 인한 사고가 잦았지만 대통령의 기운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향후 국운이 나아질 것이라는 역술인 전망을 담는 식이다.

20대 총선 때 박 치안감은 경찰청 정보심의관, 정 치안감은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경찰 정보라인과 청와대의 연락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 치안감은 2012∼2016년 정보경찰 조직을 이용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일부 위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진보교육감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국가정보원·국군기무사령부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가까이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달 초까지 경찰청 정보국을 세 차례 압수수색해 관련 문건들을 확보했다.

이후 당시 경무관급으로 실무 책임자에 해당하는 박·정 치안감의 신병을 확보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들의 지휘 라인에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있었다.

박·정 치안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이들의 윗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기무사의 정치관여·불법사찰 수사 때 최고위직들은 '밑에서 해보겠다기에 해보라고 한 것뿐'이라며 빠져나갔다. 결국 수사의 관건은 경찰·청와대 고위직과 실무진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데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하던 중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의 지하 비밀창고에서 정치개입, 불법사찰이 의심되는 문건을 확보하면서 수사 단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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