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법원이 배드민턴 경기를 하다가 가까이서 빠르게 날아온 셔틀콕에 맞아 다쳤다면, 스매싱을 한 상대 선수가 손해를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상대 선수의 배상책임이 종종 인정되는 축구나 농구, 격투기 등과 달리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없는 배드민턴 경기에서도 '주의의무'를 위반한 면이 없는지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부(박광우 부장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B씨가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2017년 서울의 한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했다.

경기 도중 B씨는 넘어온 셔틀콕을 네트 가까이에서 강하게 쳤고, 이 셔틀콕이 반대편에 네트 가까이 서 있던 A씨의 오른쪽 눈을 강타했다.

이 사고로 인공 수정체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가 규칙을 어기는 등 경기를 하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B씨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배드민턴 경기가 격투 경기나 축구·핸드볼·농구 등에 비해 경기자의 빈번한 신체 접촉이나 충돌이 예상되는 경기라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진행되므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인해 셔틀콕으로 다른 선수를 가격하거나 라켓을 잘못 휘둘러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배드민턴 경기자는 다른 경기자의 동태를 잘 살피며 생명과 신체 안전을 확보할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용인될 범위를 벗어난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가 났을 때 A씨와 B씨가 모두 네트에 가까이 붙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코트 내 위치를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의 움직임을 충분히 살피며 셔틀콕을 쳐 원고의 안전을 배려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고는 그런 주의의무를 위반해 발생한 것이고, 그 정도가 용인될 한도를 초과했으므로 정신적 손해를 위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씨도 보안경 등을 써 눈을 보호하는 등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B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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