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스데일리]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에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과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은 서로 대가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서류증거 의견을 반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행정처에서 2013년 10월 작성된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설명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행정처가 법관 파견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부를 지속해서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행정처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서 외교부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대가'를 바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이에 "당시 외교부 장·차관이나 국장까지도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재외공관 법관 파견 문제가 대가관계에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모 외교부 인사가 '두 가지를 연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외교부는 대가 관계로 인식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은 대가관계라고 주장한다"며 "비유하자면 남녀 간 '썸'만 타는데, 이걸 확대해석해서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또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는 강제징용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당시 그 사건 이외에도 활용 가능한 영역이 있는지 검토했다"며 "외교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목적으로 제도를 도입했다는 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서 당시 청와대의 관심 사항에 대해 법원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BH(청와대) 대응 전략' 문건도 '재판거래'의 한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문건엔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요 관심 사항 관련 원론적 차원에서의 법원 협조 노력 또는 공감 의사 피력'이 기재돼 있는데 이 부분을 특히 문제 삼았다.

임 전 차장 측은 그러나 "비서실장을 만나서 협조를 부탁하려면 원만한 대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상대방의 문제에 공감한다고 피력하는 건 이를 위한 대화의 기술이나 방법이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재상고 사건의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 일본 기업측 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아울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처분과 관련해서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측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이들 증인을 모두 채택하고 7월 차례로 소환해 신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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