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개입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법원 인사들이 고위급 검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다. 기소된 당사자 스스로가 법원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검찰 공판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은 수사 단계에 이어 재판에서도 최정숙(52)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사돈인 김승규(75) 전 법무부장관이 속한 곳이다. 최 변호사는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지낸 부장검사 출신이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62) 전 대법관도 판사 출신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린 가운데 검찰 출신의 전우정(51) 변호사를 선임했다.

현직 판사들도 나란히 검찰 출신 변호들을 내세우고 있다. 임성근(55)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김경수(59) 전 고검장과 강찬우(56) 전 검사장을 나란히 변호인으로 내세웠다.

김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장을, 강 변호사는 중수부 폐지 이후 생긴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냈다. 둘 다 검사 시절 특수수사 분야 실력파로 꼽혔다.

신광렬(54)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고범석(55) 번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역시 부장검사 출신의 고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을 지냈다.

이태종(59)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법무법인 다전의 홍기채(50) 대표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대비하고 있다. 창원지검과 대전지검에서 특수부장을 지낸 검찰 출신이다.

수사단계에서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기소된 이후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호하는 일반 사건과는 대조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고영한(64) 전 대법관은 함께 재판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박남천)는 이달 25일 오전 10시 첫 공판준비기일을 잡았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고, 변호인단과 검찰이 나서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제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임성근 부장판사 등 법원장급 현직 판사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사로 기소된 전·현직 법원 주요 인사들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주로 적용됐다.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다른 이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켰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구조는 간단하지만 그동안 쌓인 판례가 많지 않다. 특히 기소된 이들이 ‘의무없는 일’을 시킬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있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먼저 기소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법원행정처 차장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소된 전·현직 고위직 판사들 입장에서는 재판부 의중 못지 않게 검찰이 기소한 의도와 배경을 파악하는 부분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동문이나 사법연수원 동기 등 피고인과 친분이 있는 점도 변호인 선임 요소로 꼽힌다. 변호인단이 한꺼번에 사임했던 임 전 차장은 부장판사 출신의 이병세(56)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송을 새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의 용산고·서울대 후배로, 16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의 심리로 19일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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