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삼성그룹이 노동조합 설립을 막거나 와해하기 위해 '문제인력'에 대한 '백과사전'까지 만들어 철저히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에서 삼성 내에서 작성된 각종 노사 전략 문건들을 공개했다.

이들 문건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단계별로 ▲ 문제인력 동향 파악 ▲ 주동자 면담·설득 ▲ 외부 세력 연계 차단 등의 방안을 계획했다.

일단 노조가 설립된 뒤에는 교섭 개시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교섭 개시 이후에도 실무 협상을 통해 본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키라는 전략을 세웠다.

큰 틀의 대응 전략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SMD)는 '문제인력' 개개인에 대한 백과사전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과사전에는 문제인력들의 개인 취향과 사내 지인, 자산, 주량까지 꼼꼼히 기재했다. 삼성그룹은 이를 '우수 사례'로 꼽으며 다른 계열사들에 소개했다.

노조 설립 시도가 다른 계열사에 비교해 잦았던 삼성 SDI의 경우 '관심 인물 계보도'를 작성해 관리하기도 했다.

SDI가 2012년 노사 전략을 위해 작성한 '비노조 경영 수호를 위한 수성(守城)'이란 제목의 문건도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비노조 경영 수호는 사느냐, 죽느냐, 조직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 지휘부 재무장 ▲ 병력 재정비 ▲ 성문과 진지 보수 ▲ 민심 지배 ▲ 기습 공격 대비 ▲ 역공 시도 등의 전략이 담겼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다른 전략 문건에서는 노조 설립에 대비한 '인프라' 보완 방안도 드러났다.

예를 들어 외부 세력 유입에 대비해 출입문 문설주 높이를 2m 이상으로 보완하라거나, 노조 설립 후 사내에 CCTV를 설치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으니 설립 전에 CCTV를 추가 설치하라고 당부했다. 고공농성 등을 통해 이슈화할 수 있다며 주요 생산 시설의 건물 옥상에 노조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책을 세우라는 당부도 담겨있었다.

삼성그룹은 임원들이 비노조 경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인사 평가 근거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 100점 중 비노조 실천 노력과 관심도에 15점을 배정하는 식이다. 만일 노조 설립 등 '사고'가 발생하면 감점하게 해 임원들이 조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게 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서류증거 설명을 들은 뒤 다음 공판 기일에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