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희귀난치 질환자가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대마성분 의약품을 자가치료 목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난치질환의 치료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국내 대체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대마성분 의약품의 구입 절차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희귀·난치질환자를 위한 대마성분 의약품 자가치료용 취급승인 및 수입 절차가 마련되고, 의료용 마약의 조제·판매 지역제한이 폐지된다.

대마는 그 동안 학술연구 등 특수한 목적 이외에는 사용이 전면 금지됐으나, 이날부터는 희귀난치 질환자의 경우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대마성분 의약품을 자가치료 목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구입을 위해서는 식약처에 ▲취급승인 신청서 ▲진단서(의약품명, 1회 투약량, 1일 투약횟수, 총 투약일수, 용법 등이 명시된 것) ▲진료기록 ▲국내 대체치료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의학적 소견서를 제출해 취급승인을 받은 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대마 성분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약국에서는 동일한 행정구역의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마약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어느 곳에서나 처방받은 약을 구입할 수 있게 지역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또 마약류 취급보고 시 전산 장애로 일부 내용이 누락됐음을 입증할 경우에는 처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 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올해 3대 역점 추진과제 중 하나인 '희귀·난치 질환자 건강 지킴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면서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기회가 확대되고 삶의 질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료용 대마 사용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단체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강성석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는 12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대마 단속 48년 만에 이뤄진 마약법 개정으로 의료용 대마 사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대표는 "2017년 6월 창립총회를 연 이후 60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의료용 대마 사용이 본격 허용됐다"면서 "그간 대마(마약)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희귀·난치질환자조차 치료 목적의 대마성분 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 사용이 허용되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료용 대마 처방이 시작되지만 아직 일부 의료인들에게는 관련 내용이 고지되지 않아 현장의 불편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대한뇌전증학회 등에서 의료인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이 나갔지만 아직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는 의료인들이 적지 않다"면서 "혹시 처방을 거부하는 의료인이 있다면 이를 수집하고 정식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2017년 의료용 대마 사용을 제기했을 때 마약류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오늘부터는 보건복지의 영역에 정식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식약처·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환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전하고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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