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지역에는 전기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와 반도체·전자업종이 들어설 전망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한국GM이 떠난 자리를 메울 자동차 업종을, 경상북도 구미시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사업 영역이 확 줄어든 반도체·전자 업종을 각각 키워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때 섬유산업의 메카로 통했던 대구시도 전기자동차 부품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영남권 경제 핵심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우선 군산시는 지난해 초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 공장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GM 본사에서 최근 공장 용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식 통보는 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군산시는 정부와 정치권에 GM 본사 매각에 힘써 줄 것을 줄곧 요청해 왔다.

일단 군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한 다음 완성차업체에서 투자를 받아 '위탁 생산공장'으로 운영하는 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군산 GM 공장을 미래 자동차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GM 군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군산지역에서 숙련공 1만10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따라 군산시는 완성차업체의 투자를 받기만 하면 곧바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영호 군산시 일자리창출계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도입된 현대차 투자 완성차 공장은 2021년 하반기에나 생산 가능하지만 군산은 곧바로 생산할 수 있다"면서 "군산형 일자리가 도입되면 생산 가능한 첫 지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는 최근 광주형 일자리에 맞춰 임금을 3500만원 수준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하기로 공감했다. 협의회에 참여한 한 인사는 "현재 군산에 중요한 것은 임금 얼마를 더 받는 것보다는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민주노총도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 중이다. 장 계장은 "민주노총 군산지부에서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임금 등 여러 조건에 대해 어려운 시의 여건을 감안해 호의적"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한 외국계 업체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 경제단체 인사는 "독일의 한 업체에서 소형 전기차 시장의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군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서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군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이미 광주 완성차 공장에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국내 완성차업체 중 한국GM 군산 공장 땅과 설비 인수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평택 공장 가동률이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부산 공장 가동률이 70~80%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공장 가동률 100%를 채우지 못하는 등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따른 완성차 공장 건립이 자칫 자동차 산업의 위기만 키울 수 있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호남권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를 벤치마킹한 '구미형 일자리'가 조성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지역 내에선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 접목될 수 있는 산업으로 '전자·정보기술(IT)' 업종이 거론된다.

구미에 이미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LG전자 TV·태양광패널 생산 라인, LG디스플레이 패널 라인 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구미는 전자산업으로 유명했지만 주요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외부로 빠져나가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미시민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업종으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2028년까지 총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공장) 4개와 협력업체 50여 개가 동반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는데 구미시에서는 이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건비보다 설비투자가 중요하고 단순 인력보다 전문 연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체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우수 전문인력을 구하고 효과적으로 설비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업체들이 수도권을 생산 라인 입지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1970~1980년대 '섬유 도시'로 명성을 쌓았던 대구는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기반 산업을 바꾸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대구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물, 의료, 에너지, 로봇을 5대 신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관련 기업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는 '대구형 일자리' 모델을 통해 대기업 유치를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대구의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6647대를 기록해 서울(8555대)과 제주(8088대)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을 정도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말 대구시는 대구의 전기화물차 생산업체인 제인모터스와 쿠팡, GS글로벌, GS엠비즈, 대영채비 등 5개 기업과 전기화물차 생산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전기차 보급 확산을 위한 기반도 갖춰 가고 있다.

특히 대구는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돼 있는 도시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이래AMS(옛 한국델파이 자회사) 노사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상생 재도약 비전 선포식'을 열어 주목받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이래AMS 사례를 통해 건전한 노사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런 장점이 대구형 일자리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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