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사법부에서 내정한 부장판사를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전격 폐지하기로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전·현직 국회의원 재판 청탁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입법부가 사법부와 암암리에 유지해오던 모종의 연결고리를 끊기로 결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사무처 핵심 관계자는 16일 "사법부에서 더이상 부장판사를 받지 않고, 국회 내부 승진으로 그 자리를 채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법사위에는 법원 출신 2명, 검찰 출신 2명이 각각 전문위원과 자문관으로 배치돼 있다.

특히 법원 출신으로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강병훈 전문위원과 서울중앙지법 소속 권혁준 자문관(판사)이 근무 중이다. 강 전문위원은 법원을 퇴직하고 국회에 취업하는 형식을, 권 자문관은 국회에 파견 나온 형식을 각각 취한 상태다.

이 중 강 전문위원은 다음 달 20일께 2년의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날 예정이다. 통상 국회에서 임기를 마친 전문위원은 다시 법원에 재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국회는 애초 강 전문위원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순수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후보를 공모하더라도 사법부에서 보낸 부장판사를 그대로 선정하던 관례를 깨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에서 다시 부장판사 1인을 사실상 내정하길 원했고, 이에 국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내부 승진으로 후임자를 선정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국회에서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 예방을 맞아 이 같은 뜻을 직접 전달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우선 기존 제도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법부가 국회에 판사를 보낸 것은 과거 국회의원들의 입법 역량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고안된 제도"라며 "이제 국회 자체적으로 그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에서 근무하는 법원 출신 전문위원이 일부 국회의원의 개인적 민원을 법원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는 반성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전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을 통해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재판 청탁 정황이 드러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서 근무하던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을 선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도 혁신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 출신 전문위원도 향후 내부 승진을 통해 후임자를 선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문희상 국회의장 임기 초부터 사법기관들과의 관계 재설정을 고민한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통해 혁신의 필요성이 더 뚜렷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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