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일리]대법원이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전문관리기업에 막대한 특허권 사용료를 지급했다가 세무당국으로부터 법인세를 부과받은 데 반발해 낸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판결했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이 국내에 등록하지 않은 특허에 대해 받은 특허 사용료에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삼성전자가 동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징수 및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관리전문기업 '인텔렉튜얼 벤처스 매니지먼트(IV)'가 보유한 3281개의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로 3억 7000만 달러(4200억여원·이하 사용료 소득)를 지급했다. IV는 아일랜드에 세운 자회사 IV IL을 통해 삼성전자와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아일랜드는 2010년경 부동산 경기침체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등 조세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고, 아일랜드의 적극적인 기업우대조치에 호응해 다수의 다국적 기업이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IV IL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세운 회사에 불과하므로 특허사용료에 대해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며 삼성전자에 법인세와 가산세 706억원을 원천징수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불복해 2013년 8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우선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 설립한 회사가 도관회사에 불과하다고 하기 위해선 그 회사가 소재한 국가가 해외원천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는 등 국가에 조세피난처적 요소가 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사가 조세조약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해 미리 설계한 투자구조 및 지배구조에 따라 형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IV IL이 도관회사로서 이 사건 사용료 소득의 귀속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IV IL이 삼성전자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미국 외 시장에 대한 사업을 위해 설립된 목적에 따른 사업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였다.

2심은 "삼성전자가 지급하기로 한 돈이 3억 7000만 달러의 거액인 점에 비춰볼 때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라면 IV가 직접계약하지 않고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IV IL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 것은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다만 “IV가 보유한 특허 중 국내에 등록된 특허 사용료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며 706억원 중 15억원의 세금만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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